이중국적, 당신의 세금과 상속 계획을 바꿀 수 있는 3가지 현실

세금, 두 국가가 당신의 지갑을 지켜본다

지난주, 서울 강남에서 만난 김 변호사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의뢰인 한 분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는 걸 도와드렸어요.

이유가 뭔 줄 아세요? 상속세 때문입니다. " 그는 10년간 미국에서 살다 돌아온 50대 사업가의 사연을 들려줬다.

이 분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과 사업체를 운영하며 매년 3억 원가량의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문제는 미국 시민권자라는 사실. 미국은 전 세계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국가다.

우리나라에서 번 돈, 미국 은행에 예치한 돈, 심지어 제3국에 있는 자산까지도 IRS(미국 국세청)의 감시망에 걸린다. 이중국적자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세금 보고 의무'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일부 국가는 거주자 과세 원칙과 속인주의를 혼합해 적용한다. 쉽게 말해, 당신이 우리나라에 살면서 우리나라에서만 돈을 벌어도 미국 시민권자라면 매년 FBAR(해외 금융계좌 신고)과 FATCA(해외자산 신고)를 제출해야 한다.

2023년 기준, 해외 금융계좌 잔액이 1만 달러를 초과하면 신고 대상이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50만 달러의 벌금 또는 5년의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상속세는 더 골치 아프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 상속세가 추가로 붙으면? 실제 사례를 보자. 2022년, LA에 거주하던 한인 사업가 A 씨가 별세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1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미국에 50억 원의 주식과 현금을 남겼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약 45억 원, 미국 상속세는 약 15억 원이 부과됐다. 이중과세 방지 협정이 없었다면 총 60억 원을 내야 했지만, 다행히 한미 조세협약 덕분에 일부를 공제받았다.

그래도 자녀들이 실제로 물려받은 금액은 전체 자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구분 단일국적자(A) 이중국적자(B) 차이
연간 세금 보고 횟수 1회 (국내) 2-4회 (국내+외국) 2-4배 증가
상속세 최고세율 50% (우리나라 기준) 최대 60% (우리나라+미국) 약 10%p 상승
신고 대상 계좌 기준 500만 원 이상 1만 달러 이상 (약 1,300만 원) 더 엄격
위반 시 벌금 최대 2억 원 최대 50만 달러 (약 6.5억 원) 3배 이상
세무 전문가 필요성 선택적 필수적 법적 리스크

이 표를 보면 한 가지 사실이 명확해진다. 이중국적을 보유한 순간, 당신은 두 국가의 세무 당국과 '영원한 동거'를 시작하는 셈이다.

IRS는 2023년에만 우리나라 거주 미국 시민권자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세무 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80%가 신고 누락으로 벌금을 부과받았다.

특히 해외 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나쁜 건 아니다.

일부 국가는 이중국적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의 NHR(Non-Habitual Resident) 제도는 외국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10년간 면세 혜택을 준다.

싱가포르는 해외 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혜택이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다.

2024년부터 포르투갈은 NHR 제도를 대폭 축소했고, 싱가포르도 점진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세금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의 생활 방식과 거주지 선택, 자산 운용 전략 전체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 컨설팅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이중국적자의 67%가 세금 문제로 인해 거주 국가를 변경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쯤 되면 '세금 때문에 이중국적을 포기할까?'라는 고민이 현실로 다가온다. 다른 내용도 보러가기 #1

상속, 두 나라의 법이 충돌할 때

며칠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난 60대 교수님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우리나라로 귀화한 이중국적자였다.

은퇴 후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생활하다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다행히 회복됐지만, 그 사건 이후로 상속 계획을 완전히 바꿨다고 한다.

"내가 죽으면 자식들이 두 나라 법정에서 싸우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

이중국적자의 상속은 단순히 '누가 얼마를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두 국가의 상속법이 충돌할 때, 어떤 법을 우선 적용해야 하는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피상속인의 국적법'을 따른다.

즉, 고인의 국적이 우리나라가면 우리나라 상속법이 적용된다. 반면,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부동산 소재지법'을 적용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아파트는 우리나라법, 미국에 있는 주택은 해당 주의 법을 따른다는 뜻이다. 이 차이가 현실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21년, 한 이중국적자가 사망하면서 두 딸 사이에 법정 분쟁이 발생했다.

큰딸은 우리나라에, 작은딸은 미국에 살고 있었다. 문제는 상속분이었다.

우리나라 민법상 배우자와 자녀의 상속 비율은 배우자 1.5: 자녀 1이다. 하지만 작은딸이 사는 캘리포니아 주법은 배우자와 자녀 모두 1:1 비율로 상속받는다.

게다가 캘리포니아는 '공동재산제'를 채택하고 있어, 배우자가 먼저 재산의 절반을 먼저 가져간다. 결국 이 가족은 3년간의 소송 끝에 합의했지만, 변호사 비용만 2억 원이 넘게 들었다.

상속 관련 요소 우리나라법 미국법 (캘리포니아 기준) 충돌 시나리오
상속 순위 배우자+직계비속 배우자+자녀 (공동재산제) 배우자 몫 차이 발생
강제상속분 배우자 1.5, 자녀 1 배우자 1, 자녀 1 최대 50% 차이
상속세 공제 5억 원 (배우자 10억) 1,170만 달러 (약 150억 원) 공제액 30배 차이
유언 효력 공증 필요 주마다 상이 유언 무효 가능성
상속 포기 기간 3개월 6개월-1년 기간 차이로 인한 문제

이 표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상속세 공제액 차이다. 미국은 2023년 기준 1인당 1,170만 달러(약 150억 원)까지 상속세가 면제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배우자 공제를 포함해도 최대 10억 원까지만 공제받을 수 있다. 즉, 150억 원의 자산을 물려줄 때, 미국 시민권자는 상속세가 0원이지만 우리나라 국적자는 약 60억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 차이가 바로 많은 부유층이 미국 시민권을 유지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우리나라에 부동산이 있는 이중국적자가 사망하면, 우리나라 정부는 '우리나라 내 자산'에 대해 우리나라 상속법을 적용한다. 상속세 공제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계산된다.

미국 시민권자라도 우리나라에 있는 자산은 우리나라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중국적자가 상속 계획을 세울 때 '자산의 위치'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세무사는 이런 사례를 들려줬다. 한 교포 사업가가 우리나라와 미국에 각각 100억 원씩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 시민권자였지만, 우리나라 자산에 대한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모든 자산을 미국으로 옮기려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동산을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만 30억 원이 나왔다.

결국 그는 자산을 절반씩 나누어 두 나라에 두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 자산은 우리나라 상속법에 따라 처리하고, 미국 자산은 미국법을 적용받도록 한 것이다.

이런 복잡성을 고려할 때, 이중국적자는 생전에 반드시 '국제 상속 계획'을 세워야 한다. 유언장을 두 나라 언어로 작성하고, 각국의 공증을 받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탁(Trust)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의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는 상속 절차를 간소화하고, 상속세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신탁 제도가 보편화되지 않아, 두 제도를 병행하기가 까다롭다.

병역과 시민 의무, 선택의 기로에 서다

지난달, 28살 박 씨는 고민에 빠졌다. 우리나라와 미국 이중국적자인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취업할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병역법에 따르면, 만 28세까지 병역을 마쳐야 해외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 그는 이미 27세였다.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우리나라에 남아 18개월간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가거나, 미국 시민권을 선택해 우리나라 국적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우리나라 국적을 유지한 채 병역 기피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박 씨는 결국 우리나라에서 군 복무를 선택했다.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면 다시 취득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국적을 포기하는 건 제 정체성을 부정하는 느낌이었어요. " 그의 사례는 이중국적자가 마주하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세금과 상속이 '돈'의 문제라면, 병역과 시민 의무는 '정체성'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해외에서 태어난 한국인도 병역 의무가 있다.

단, 만 18세까지 외국에서 거주한 경우나, 부모가 영주권자인 경우 등 예외가 있다. 하지만 이중국적자가 우리나라에 6개월 이상 체류하면 병역 의무가 발생한다.

이 규정 때문에 많은 재미교포 청년들이 우리나라 방문을 꺼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병역 관련 조건 우리나라 국적자 이중국적자 차이점
병역 의무 연령 만 19-28세 만 18-38세 (해외 체류 시) 10년 더 김
해외 여행 제한 만 25세까지 만 38세까지 13년 더 제한
국적 포기 시 면제 불가능 가능 (만 18세 이전) 선택권 있음
대체 복무 현역·보충역 동일 차이 없음
병역 기피 시 처벌 1-3년 징역 1-3년 징역 + 국적 상실 추가 불이익

이 표에서 주목할 점은 '해외 여행 제한'이다. 일반 우리나라 남성은 만 25세까지 해외 장기 체류에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이중국적자는 만 38세까지 제한을 받는다. 왜일까? 병역법은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남성'이 해외에 장기 체류할 경우, 병역 의무를 회피할 의도가 있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중국적자는 국적 포기라는 '쉬운'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더 엄격한 규제를 받는 셈이다. 실제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2019년, 한 이중국적자가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귀국했다가 공항에서 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만 28세였고, 병역을 마치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나라에 단순히 가족을 만나러 왔을 뿐인데, 18개월 동안 발이 묶였어요.

" 그는 결국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취업 기회를 모두 놓쳤다. 이런 사례는 매년 100건 이상 발생한다.

병역 문제는 단순히 '군대 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에서 직장 생활을 하려면 병역을 마쳐야 하고, 공무원이나 공기업 취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면, 미국 시민권을 선택하면 병역 의무는 면제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활동에 제한이 생긴다. 은행 계좌 개설, 부동산 매매, 심지어 우리나라 여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필자가 만난 한 변호사는 이런 조언을 해줬다. "이중국적자 청년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병역 문제는 만 18세가 되는 순간부터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 그는 특히 부모 세대가 자녀의 국적을 결정할 때, 단순히 여권의 편리함만 고려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10년, 20년 후 자녀가 어떤 삶을 살지 상상해보세요. 그 삶에 병역 의무가 걸림돌이 될지, 아니면 당연한 과정일지를."

병역 문제는 결국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두 국적 중 하나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의무를 감수하거나.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정은 당신의 남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 씨는 지금도 가끔 후회한다.

"미국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군 복무하면서 만난 동기들이 제겐 소중한 인연이 됐어요.

"

이쯤 되면 이중국적이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게 실감난다. 세금, 상속, 병역. 이 세 가지 현실은 당신이 이중국적을 고려할 때 반드시 직면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모든 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잘만 활용하면, 두 국가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다음 글에서는 이중국적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세금을 절감하고, 자산을 보호하는 실전 팁을 소개하겠다. 당신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선택을 돕는 구체적인 방법을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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